기업은 오래전부터 조직의 지식을 구조화하려 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고객과 거래가 들어가고, 문서함에는 보고서가 쌓이고, 메신저에는 결정의 맥락이 남습니다. 그러나 AI에게 “우리 회사에서 이 말은 무엇을 뜻하고,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며, 지금 무엇이 유효한가”라고 물으면 어느 한 시스템도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ontology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ontology는 단순한 용어집이 아닙니다. 회사가 중요하게 다루는 대상과 개념, 그 관계와 규칙을 명시한 지식 구조입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완벽한 ontology를 설계하려 하면 실제 업무보다 모델이 앞서가기 쉽다는 점입니다.
기업 ontology의 중심은 정교한 도식보다, 계속 고쳐지는 wiki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AI에게 필요한 것은
문서의 양보다 유효한 의미입니다
검색 시스템은 관련 문서를 찾는 데 강합니다. 하지만 같은 단어가 부서마다 다르게 쓰이고, 오래된 정책과 최신 결정이 섞여 있다면 검색 결과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판단은 어려워집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서를 더 많이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정의가 권위 있고 무엇이 예외인지 알 수 없습니다.
AI가 일을 하려면 최소한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회사가 다루는 핵심 개념의 정의, 개념 사이의 관계, 현재 유효한 규칙과 결정, 그리고 원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출처입니다. 이것은 데이터베이스의 행과 열만으로도, 파일 검색만으로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Wiki는 사람이 읽는 문서와
기계가 읽는 구조 사이에 있습니다
좋은 wiki 한 페이지에는 정의, 맥락, 관련 개념, 책임자, 결정, 예외, 원문 링크가 함께 들어갑니다. 사람은 자연어로 내용을 읽고 고칠 수 있고, AI는 제목·링크·메타데이터·문서 구조를 통해 개념과 관계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wiki는 독특합니다. 지식 그래프처럼 관계를 표현할 수 있지만 전문가만 편집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문서함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서로 고립된 파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승인하며, 다시 AI가 그 결과를 활용하는 순환을 만들기 쉽습니다.
Ontology는 먼저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개념을 회의실에서 미리 정의하려 하면 곧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현업이 실제로 쓰는 언어와 멀어지고, 조직이 바뀌는 속도를 모델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분류 체계가 만들어져도 누구도 갱신하지 않으면 곧 과거의 지도가 됩니다.
반대로 업무 중 반복해서 등장하는 질문, 결정, 용어, 예외를 wiki 페이지로 승격하면 ontology가 실제 사용에서 자랍니다. 고객, 제품, 프로젝트, 정책, 역할 같은 핵심 개념이 먼저 생기고 링크를 통해 관계가 드러납니다. 이후 필요할 때 구조화된 속성이나 그래프를 덧붙일 수 있습니다.
1. 원문은 보존하고 지식은 증류합니다
회의록과 대화, 파일은 근거로 남기되 현재 유효한 정의와 결론은 짧은 wiki 페이지로 정리합니다.
2. 페이지마다 권위와 시점을 표시합니다
누가 책임지는지, 언제 검토됐는지, 어떤 원문에서 왔는지가 보여야 AI도 신뢰 수준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3. 개념은 링크로 관계를 얻습니다
고객과 프로젝트, 정책과 승인 조건처럼 실제 업무에서 함께 움직이는 대상을 연결합니다.
4. AI는 편집자이지 최종 권위자가 아닙니다
AI가 흩어진 기록을 합치고 오래된 내용을 찾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정의와 정책은 책임 있는 사람이 승인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wiki에 넣자는 뜻은 아닙니다
거래 원장과 실시간 재고, 권한 목록처럼 정확한 상태가 중요한 정보는 데이터베이스와 업무 시스템에 있어야 합니다. 대용량 원문과 법적 보존이 필요한 기록도 별도 저장소가 맞습니다. wiki는 이들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 시스템의 의미와 관계를 설명하는 층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기업 지식 구조는 하나의 거대한 저장소보다 세 층에 가까울 것입니다. 원문과 운영 데이터가 아래에 있고, wiki가 회사가 이해하는 현재 의미를 정리하며, AI Agent가 이 지식을 근거로 실제 업무를 수행합니다.
좋은 기업 ontology는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더 중요해집니다
모델이 좋아지면 문서 검색과 요약은 빠르게 평준화됩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고객으로 보고, 어떤 상태를 완료라고 부르며, 누가 어떤 예외를 승인하는지는 범용 모델이 알 수 없습니다. 이 차이는 모델 안이 아니라 조직이 축적한 의미 체계에 남습니다.
그 의미 체계를 가장 현실적으로 시작하는 방법은 완성된 지식 그래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기록을 보존하고, 반복되는 지식을 wiki로 증류하고, 실제 업무와 연결하면서 관계를 키워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쌓인 wiki는 문서 모음이 아니라 회사의 ontology가 됩니다.